JTBC에서 방영되었던(아직도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방송이 괜찮은 방송이라는 소리를 우연하게 듣게 되었고 방송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우연히 검색을 하다 알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볼까 하다 책으로 읽는 것과 단순히 영상으로 보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아 책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4편 정도가 책으로 나온 듯한데 최근에 나온 시리즈가 바로 이번에 읽은 국제 정치편입니다. )
차이나는클라스 책표지~~
그날의 한가지 방송 주제에 대해서 전문가를 초청하여 질문과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며(방송은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추측해봅니다.) 책은 이 내용을 기록 정리하여 출판한 것이라고 합니다. 내용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책 내용중 가장 흥미로웠고 요즘 가장 이슈가 된 주제를 정리보기로 합니다.
강사로 초청된 최병일님은 국제 무역 분야의 권위자라고 합니다. 1992년 한미 통신 협상, 1993년 우르과이라운드 서비스 협상 그리고WTO 기본 통신 협상의 한국 대표(1994~1997)로 활약하셨다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그동안 진행해왔던 굵직한 무역협상을 진행했던 분이라 이방면에서는 이분만한 전문가가 없다고 하겠네요.
최근 뉴스를 보면 외견상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어마 어마한 양의 보복 관세를 할당하고 중국 최대 통신 기업이자 전세계 차세대 기술 주자로 부상한 "화웨이"를 견제하고 타격을 주기 위해 이 회사의 부회장이자 딸인 [멍안저우]을 캐나다에서 체포하여 재판까지 진행까지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 이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또한 그러한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면이 무척 많았습니다. 잘나간다고 하는 일개 사기업을 콕집어 제재를 가하는 모습에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국제 무역의 권위자인 이분이 자세하게 설명해주니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미중은 겉으로는 무역 전쟁을 하고 있는듯 하지만 이는 결국 기술 패권을 두고서 다투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타 주변 국가들에겐 미중 무역 전쟁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볼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전 세계가 긴밀하게 상호 연관된 무역을 하고 있고 세계 1,2위의 무역 대국간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모든 국가에 특히, 미국과 중국에 수출, 수입이 대부분이 연결된 대한민국에는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입니다.
전문가인 최병일님의 눈으로 보았을 때 19년 5월에 결렬된 미중 협상은 정말 이상했다고 합니다. 모든 무역협상은 대부분 실무자가 총괄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만 대통령이 관여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의 시진핑이 원인을 제공하고 미국의 트럼프가 관세폭탄을 던짐으로써 두 지도자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둘은 언론에 적절하게 노출되길 원하고 본인 자신이 모든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듯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고차원의 방정식으로 확대되어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만 상황으로 악화되고 맙니다.
이런 무역 전쟁의 역사를 확인하려면 미국과 중국이 어떤 무역관계인지를 먼저 이야기 해야 합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하며 넓은 영토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미국과 경제적인 교류를 시작하였고 그 시간도 약 40년이나 되어갑니다. 그 사이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미국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많이 수입해 소비자 물가가 내려가고 제조업에서 벗어나 다른 성장 동력 즉,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이나 금융같은 분야를 키우게 되었고 반면에 중국은 이를 통해서 발전의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경제 공동체가 해체되려 하는다는게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연간 5,000억달러라는 직접적인 이유와 중국이 3,000억달러 정도의 지식재산권을 강탈해갔다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바로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시진핑과 미중 정상회담을 진행하였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자 관세로 중국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게 됩니다.
2018년 3월 첫번째로 선전포고를 하게 되는데요 중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게 됩니다. 또 중국도 이에 대응해 당한만큼 미국에 돌려주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주고 받는 동일한 보복 대응을 하더라도 중국의 연간 미국 수출액이 5000억 달러이고 미국의 중국 연간 수출액은 1500억달러이기 때문에 결국 피해를 많이 받는 쪽은 중국이고 결국 미국이 유리하게 된다고 합니다. 누가 항복 선언을 한지는 불명확하지만(중국이 좀 더 불리하니 중국이겠죠?) 2020년 1월 15일에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을 하게 되는데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제를 일부 완화하는 대신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과 상품 구매를 늘리기로 합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싸우게 된 것에는 무역외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즉 트럼프도 사실 적당히 합의를 하고 까다로운 중국이라는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왔고 결국 자신이 이겼다는 성과를 홍보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주변의 기성 정치인들이라고 하는데 미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주류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금이야말로 중국을 길들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면 경제, 군사, 과학기술면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을 길들일 마지막 기회가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시진핑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시진핑이 집권 2기를 시작한 2018년 3월에 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했는데요 그의 연임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제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에 대한 실험대로 미국과의 무역 전쟁 협상이 제1의 이슈 사항이 된 상황입니다.
여기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라는 이단아가 당선된 이유를 추가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를 알아야 왜 무역 전쟁의 뿌리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라는 책은 미국 공업지대 출신이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사업가 J.D. 밴스라는 인물이 쓴 자서전이라고 합니다. 미국 동부에 애팔래치아 산맥이 있는데 이곳은 미국 제1의 탄전지대로 예전부터 탄광, 석탄, 철강 산업과 제조업이 발달한 공업지대라고 합니다. 힐빌리는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일꾼들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1900년대에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게 해준 제조업이 번성했던 지역이지만 현재는 쇠락하고 맙니다. 즉 중국 등지에서 더싸고 질 좋은 수입품이 들어오면서 미국의 자체적인 제품 생산을 줄이기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이 미국을 일으킨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들의 입지가 밀리고 사는 것이 어려워지자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내용을 담은 것이 바로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의 내용입니다.
사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리라고 예측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터포스트, CNN 모두 트럼프가 이긴다고 예측하지 않았고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 뉴스마저도 이기면 좋겠지만 트럼프가 이긴다는 예측을 하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선거 전략은 동북부 지역은 무조건 민주당을 지지하고 여기에 수십년간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까지 완전히 민주당에 돌아선 상황이라고 합니다. 반면 텍사스를 비롯한 남부 지역은 공화당 지지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곳은 바로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북동부 지역이라고 합니다. 즉, 힐빌리의 노래의 무대가 되었던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에 있는 미국의 공업지대가 바로 그같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힐러리가 당연하게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놀랍게도 트럼프가 북동부 지역을 석권하게 됩니다.
트럼프의 선거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사양화된 공업지대인 북동부 지역에서 가서 '불공정 무역 협정 전면 재협상''대대적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1200만개 확보''나의 원칙은 미국 우선주의''중국은 우리의 피를 빨아 먹어왔다'같은 말을 외쳤고 모든 책임은 전임 대통령이며 그들이 자유 무역과 세계화를 외쳤고 중국과 자유 무역을 시작하면서 일자리를 빼았기게 된 것이라고 했죠.
여기에 더 중요한 내용으로 기술 패권, 21세기에는 막대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가, 원천 기술을 통제하는 국가가 막강한 국가가 된다는 내용이다. 한때 짝퉁을 만들어 내던 나라가 이제는 기술력으로 보았을 때 미국에 위협을 줄 정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라는 청사진을 공표했는데요 2025년까지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과감하게 향상 시키겠다는 의지인데 이를 위해 인재 발굴과 함께 기술력이 있는 외국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게 되었고 특히 미국내에서는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력을 가진 미국 기업이 중국 자본에 팔려가는 상황을 우려하게 되었고 미정부는 이를 차단하게 되기까지 합니다. 이런 와중에 여러 우회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습득하고 범죄행위를 통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정보를 빼내가는 행위를 했다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전 단계에서는 이렇다할 기술도 없던 중국 업체가 갑자기 최근에 최신 기술을 가지고 초고속 점프를 하는 경우를 보면서 원천 기술이 없는 중국이 서구 경쟁국들로부터 기밀을 빼내간게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무역 전쟁을 언제끔 끝나게 될 것인가? 저자는 미국의 초강수에 중국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무역 전쟁을 통해 깨달은 것은 중국이 대국이긴 하지만 아직 강국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화웨이가 통제를 당하면 결국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가져오지 못하게 되고 자력으로 생산을 허가나 다른 나라에서 기술을 넘겨 받아야 하고 안된다면 고꾸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마오쩌뚱이 그랬듯 지구전 스타일의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깊게 참호를 파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고 끝까지 가보자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도 설명합니다. 이전까지는 중국과 미국이 사이가 좋았고 우리도 중국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2016년 사드 보복이 있으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군사동맹이며 이를 통해 안보상 이익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우리는 경제 성장에만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중국은 우리에게 시장입니다. 우리의 물건을 팔 수 있고 중국을 통해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둘중에 한곳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냅니다.
첫째, 중국에 만만하게 보이지 말고 원칙대로 대응하자. 중국과 우리는 경제 관계로 긴밀하게 엮여 있지만 그들이 우리의 친구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사드보복에서 보았듯이 중국인들에게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중국의 위세에 억눌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둘째, 미국은 여전히 강국이기 때문에 섣불리 등 돌리지 말고 트럼프 처럼 장삿속으로 상대하는 대통령하고는 치밀하게 밀고 당기는 협상이 필요하다.
이런 결론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고래등 사이에 낀 새우같은 역할에 있는 대한민국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생존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항상 정답은 없습니다. 단지 최선의 결정과 이에 대한 실행이 있을 뿐이겠죠.) 국제 정치와 국제 무역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매우 높습니다.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중도의 위치를 견지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어야 하겠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의식있는 국민도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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